1만 원 할인은 좋아하면서 1만 원 손해는 왜 두 배로 아플까? 돈을 지키려다 더 큰 기회를 놓치는 ‘소유효과’

집 안을 정리하다 보면 이런 물건이 하나쯤 나온다.

몇 년 전에 20만 원을 주고 산 물건이다.

요즘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중고거래 시세를 찾아보니 10만 원 정도다.

그런데 막상 10만 원에 팔려고 하니 이상하게 아깝다.

“그래도 내가 20만 원 주고 산 건데….”

그래서 15만 원에 올려놓는다.

당연히 잘 팔리지 않는다.

결국 몇 달 동안 집 한쪽에 그대로 놓여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질문을 하나 해보자.

지금 이 물건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중고시장에서 15만 원을 주고 다시 살까?

대부분 아니라고 한다.

내가 사는 입장이라면 10만 원도 고민할 물건인데 내가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15만 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이야기해볼 개념은 행동경제학에서 꽤 재미있는 소유효과(Endowment Effect)다.

소유효과란 무엇일까?

소유효과는 어떤 물건이나 자산을 내가 소유하게 되는 순간 소유하지 않았을 때보다 그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남의 물건일 때는 10만 원.

내 물건이 되는 순간 15만 원.

물건 자체는 달라진 것이 없다.

달라진 것은 소유자가 누구냐는 것뿐이다.

그런데 사람의 머릿속에서는 ‘내 것’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순간 가치평가까지 달라질 수 있다.

유명한 머그컵 실험이 있다

소유효과를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것이 경제학자 Daniel Kahneman, Jack Knetsch, Richard Thaler의 연구다.

실험 참가자 일부에게 머그컵을 주고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재미있는 결과가 나타났다.

머그컵을 가진 사람이 팔고 싶어 하는 가격과 머그컵이 없는 사람이 사고 싶어 하는 가격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나타났다.

같은 머그컵이다.

그런데 소유한 사람은 더 비싸게 평가했다.

왜 그럴까?

물건을 얻는 즐거움보다 이미 가지고 있는 물건을 잃는 불편함을 더 크게 느끼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주식투자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

주식을 사기 전에는 꽤 냉정하다.

실적을 본다.

PER도 본다.

경쟁사와 비교한다.

사업 전망도 확인한다.

그러다 결국 A기업을 매수했다.

그 순간부터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좋은 뉴스가 나오면 생각한다.

“역시 좋은 회사야.”

나쁜 뉴스가 나오면 이렇게 해석한다.

“일시적인 문제겠지.”

경쟁사의 실적이 더 좋아져도 내가 가진 회사의 장점을 찾는다.

왜 그럴까?

이제 A기업은 단순한 투자 후보가 아니다.

‘내가 가진 주식’이 되었기 때문이다.

보유종목을 더 좋게 보는 이유

주식 20개를 비교해서 하나를 골랐다고 해보자.

매수하기 전에는 20개가 모두 후보였다.

하지만 하나를 사고 나면 나머지 19개는 경쟁자가 된다.

그러면 사람은 자신이 선택한 종목의 장점을 더 쉽게 찾을 수 있다.

이건 꽤 자연스러운 심리다.

내가 돈을 투자했다는 것은 그 기업이 좋다고 판단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후 상황이 바뀌었는데도 처음의 판단을 계속 유지하려는 데 있다.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과 좋은 투자라는 사실은 전혀 다른 문제다.

배당주에서는 더 강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

배당주를 10년 동안 가지고 있다고 해보자.

매년 배당을 받았다.

증액되는 과정도 지켜봤다.

어느 순간 그 종목은 단순한 주식이 아니라 익숙한 자산이 된다.

그런데 사업환경이 바뀌었다.

성장률이 떨어진다.

부채가 증가한다.

배당성향도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올라간다.

더 좋은 배당주가 나타났다.

그래도 쉽게 바꾸지 못한다.

“그래도 이 주식을 내가 10년이나 가지고 있었는데.”

여기에는 장기투자의 장점도 있지만 소유효과가 섞여 있을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

오래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앞으로도 좋은 투자라는 것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부동산에서는 훨씬 강력하다

내가 가진 아파트는 주변 아파트보다 좋아 보인다.

남향이다.

학교도 가깝다.

동도 좋다.

인테리어도 했다.

그래서 7억 원은 받아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매수자는 다르게 본다.

비슷한 단지의 최근 거래가격이 6억5천만 원이다.

매수자에게 내가 사용한 인테리어 비용이나 그 집에서 살았던 추억은 중요하지 않다.

매도자는 내 집의 특별함을 가격에 반영하고 싶어 한다.

매수자는 시장가격을 본다.

그래서 부동산 시장이 하락할 때 호가와 실제 거래가격 사이에 큰 차이가 생기는 이유 중 하나로 이런 심리도 생각해볼 수 있다.

스톡옵션이나 우리사주도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면 일반 기업보다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

회사의 제품도 알고 직원들도 알고 성장과정을 직접 경험한다.

그래서 애착이 생긴다.

하지만 투자 관점에서는 다른 질문이 필요하다.

내 월급도 회사에서 나온다.

퇴직금도 회사와 연결돼 있다.

여기에 금융자산까지 회사 주식에 집중되면 위험이 한곳으로 몰릴 수 있다.

익숙한 회사라는 것과 분산투자 관점에서 좋은 자산이라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ETF에서도 소유효과가 생긴다

ETF는 감정이 덜 들어갈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몇 년 동안 특정 ETF를 적립식으로 매수했다.

계좌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관련 뉴스도 계속 읽었다.

그러다 더 낮은 비용이나 더 적합한 전략의 ETF가 등장했다.

그런데 바꾸기가 싫다.

“나는 원래 이 ETF 투자자야.”

투자상품이 어느 순간 자신의 투자 정체성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ETF는 응원하는 팀이 아니다.

내 목적에 가장 적합한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소유효과가 위험한 이유

소유효과가 강해지면 투자자의 질문이 바뀐다.

원래 질문은 이것이어야 한다.

“현재 가격에서 이 자산은 좋은 투자일까?”

그런데 이렇게 바뀐다.

“내가 가진 이 자산을 팔아야 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한가?”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질문이다.

첫 번째 질문에서는 모든 투자대안을 비교한다.

두 번째 질문에서는 현재 자산을 기본값으로 놓고 매도할 이유만 찾는다.

그래서 더 좋은 투자기회가 있어도 기존 자산을 계속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다시 산다고 가정하기’다

보유종목을 점검할 때 꽤 유용한 방법이 있다.

내가 이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가정한다.

현재 평가금액이 2,000만 원이라면 주식 대신 현금 2,000만 원이 계좌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묻는다.

“오늘 현금 2,000만 원이 있다면 나는 이 주식을 다시 2,000만 원어치 살까?”

YES라면 계속 보유할 이유가 있다.

그런데 NO라면 조금 이상하다.

새로는 사고 싶지 않은 자산을 계속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종목 이름을 가리고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A기업은 내가 보유한 기업이다.

B기업은 보유하지 않았다.

이 상태에서 비교하면 감정이 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 기업 이름을 잠시 잊고 숫자만 비교해본다.

매출 성장률.

영업이익률.

부채.

현금흐름.

밸류에이션.

배당성장률.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

그렇게 비교했는데 B기업이 훨씬 좋아 보인다면 왜 A기업을 계속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포트폴리오를 처음부터 다시 만든다고 생각해보자

1년에 한두 번 정도는 현재 계좌를 전부 현금이라고 가정해보는 것도 괜찮다.

현재 포트폴리오가 1억 원이라면 이렇게 생각한다.

“오늘 현금 1억 원을 처음 투자한다면 지금과 똑같은 포트폴리오를 만들까?”

똑같다면 아주 좋다.

그런데 전혀 다른 포트폴리오가 떠오른다면 기존 자산을 단순히 익숙하다는 이유로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프로 한마디

투자를 오래 하면 종목에도 정이 생긴다.

오랫동안 배당을 받은 주식.

큰 수익을 안겨준 주식.

힘든 하락장을 같이 버틴 ETF.

이런 자산은 이상하게 팔기가 어렵다.

그런데 주식은 내가 좋아한다고 나를 좋아해주는 존재가 아니다.

내가 10년 동안 가지고 있었다고 회사가 특별히 배당을 더 주는 것도 아니다.

결국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얼마나 오래 가지고 있었느냐가 아니라 앞으로도 가지고 있을 가치가 있느냐다.

그래서 가끔은 내 계좌를 남의 계좌처럼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친구가 내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가지고 와서 묻는다.

“이거 계속 가지고 있어도 될까?”

그때 나는 뭐라고 말할까?

이상하게 남의 계좌를 볼 때는 냉정한 답이 잘 나온다.

내 자산에 붙어 있는 가장 강력한 프리미엄은 좋은 기업도, 높은 배당률도 아닐 수 있다.

어쩌면 단지 ‘내 것’이라는 두 글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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