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이후 눈이 침침하고 직선이 삐뚤어져 보인다면? 단순 노안이 아닐 수 있다

나이가 들면 제일 먼저 체감하는 변화 중 하나가 눈이다.

스마트폰 글씨가 예전처럼 잘 안 보이고, 책이나 신문을 볼 때 자꾸 멀리 떨어뜨려야 한다. 그러다 결국 돋보기를 하나 맞추게 된다.

보통 여기까지 오면 이렇게 생각한다.

“나도 이제 노안이 왔구나.”

사실 대부분은 맞는 이야기다. 그런데 문제는 눈이 침침해지는 모든 증상을 노안이라고 생각해 버리는 것이다.

특히 60대 이후라면 조금 다르게 봐야 한다. 글자가 흐린 것을 넘어 직선이 휘어져 보이거나, 사람 얼굴의 가운데 부분이 뭉개져 보이거나, 시야 중심부가 가려지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단순 노안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나이관련 황반변성이다.

황반변성은 녹내장, 당뇨망막병증과 함께 노년기 대표적인 실명 질환 가운데 하나다. 더 무서운 것은 한 번 손상된 시세포를 되살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래서 치료보다 더 중요한 것이 조기 발견이다.

60대 이후 눈이 침침하고 직선이 삐뚤어져 보인다면? 단순 노안이 아닐 수 있다

황반은 눈이라는 카메라의 필름 정중앙이다

우리 눈을 카메라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각막과 수정체가 렌즈라면 망막은 사진이 찍히는 필름에 해당한다.

그리고 망막 정중앙에는 황반 (Macula) 이라는 작은 부위가 있다. 크기는 약 1.5mm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글자를 읽고, 색을 구분하고,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는 정밀한 시력을 담당하는 중요한 부위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황반 주변의 대사 기능이 떨어지면 망막 아래에 드루젠 (Drusen) 이라는 노란색 지방질 노폐물이 쌓이기 시작한다. 이 노폐물이 많아지면서 망막 세포에 산소와 영양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지고 시세포가 서서히 손상된다. 이게 바로 나이관련 황반변성이다.

황반변성의 두 가지 유형

황반변성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속도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크게 건성습성으로 나눈다.

1. 건성 황반변성

황반변성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망막 아래 노폐물이 서서히 쌓이면서 시세포가 조금씩 위축되는 형태다. 초기에는 시력 저하가 심하지 않아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중심 시력이 서서히 떨어질 수 있다.

2. 습성 황반변성

이쪽은 좀 더 주의해야 한다. 망막에 산소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이 만들어진다. 문제는 이 혈관이 정상적인 혈관보다 약하다는 것이다. 혈관에서 액체가 새거나 출혈이 생기면서 망막이 붓고 중심 시력이 빠르게 떨어질 수 있다. 갑자기 시야가 이상해졌다면 단순히 피로 탓으로 넘길 문제가 아니다.

노안과 황반변성은 어떻게 다를까?

여기서 나도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 이거였다.

“노안도 흐릿하게 보이고 황반변성도 흐릿하게 보인다는데 어떻게 구분하지?”

가장 중요한 차이는 두 가지다. 돋보기로 교정되는지, 그리고 사물이 왜곡되어 보이는지다.

노안은 수정체의 탄력이 떨어지면서 가까운 거리에 초점을 맞추기 어려워지는 현상이다. 그래서 물건을 조금 멀리 떨어뜨리거나 돋보기를 쓰면 다시 또렷하게 볼 수 있다. 반면 황반변성은 상이 맺히는 망막 자체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아무리 돋보기나 안경을 사용해도 중심부가 흐릿하거나 사물이 찌그러져 보일 수 있다.

구분단순 노안황반변성
문제가 생기는 곳수정체망막 중심부 황반
주요 증상가까운 글씨의 초점이 흐림시야 중심부 흐림·왜곡
돋보기 사용비교적 선명해짐사용해도 흐림이나 왜곡이 남음
직선정상적으로 보임휘거나 구불구불하게 보일 수 있음
얼굴 보기멀리 있는 얼굴 인식 가능얼굴 중심부가 뭉개져 보일 수 있음

특히 기억해야 할 것은 직선이 휘어 보이는 증상 (변형시) 이다. 욕실 타일의 줄눈이나 문틀, 횡단보도 선처럼 원래 똑바른 선을 봤는데 파도처럼 구불구불해 보인다면 황반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달력을 보는데 특정 숫자가 빠진 것처럼 보이거나 가운데가 뿌옇게 가려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한쪽 눈씩 가려봐야 하는 이유

황반변성은 양쪽 눈에 똑같이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 한쪽 눈이 먼저 나빠져도 반대쪽 눈이 정상이라면 뇌가 멀쩡한 눈의 정보를 이용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다. 그래서 본인은 눈에 문제가 생긴 사실조차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눈 상태를 확인할 때는 두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한쪽 눈을 가리고 각각 확인해야 한다.

암슬러 격자 자가진단 방법

  1. 밝은 곳에서 평소 사용하는 안경이나 돋보기를 착용한다.
  2. 암슬러 격자를 약 30cm 정도 거리에 둔다.
  3. 한쪽 눈을 완전히 가린다.
  4. 반대쪽 눈으로 격자 가운데 점을 바라본다.
  5. 주변 선이 휘어지거나 끊어져 보이지 않는지 확인한다.
  6. 반대쪽 눈도 같은 방법으로 검사한다.

여기서 선이 물결처럼 휘어져 보이거나 특정 부분이 사라지거나 뿌옇게 보인다면 안과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이 검사가 병원 검사를 대신하는 것은 아니며, 이상 유무를 스스로 확인해 보는 보조적인 방법이다.

루테인을 먹으면 황반변성을 예방할 수 있을까?

눈 건강 이야기가 나오면 빠지지 않는 게 루테인이다. 나도 예전에는 루테인을 꾸준히 먹으면 황반변성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루테인과 지아잔틴은 황반을 구성하는 색소 가운데 하나로 자외선이나 청색광을 흡수하고 활성산소로부터 망막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미국 국립안연구원의 AREDS2 연구에서도 루테인·지아잔틴을 포함한 항산화 영양소 조합이 일부 황반변성 환자에서 질환이 진행되는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렇다고 정상인이 루테인을 먹는다고 황반변성을 완전히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래서 영양제를 먹고 있다는 이유로 안과 검진을 미루는 것은 오히려 위험하다.

영양제보다 중요한 금연

황반변성과 관련해서 훨씬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바로 흡연이다. 흡연은 황반변성의 대표적인 위험요인 가운데 하나다. 담배 속 여러 독성물질이 망막의 미세혈관에 영향을 주고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결국 눈 건강을 위해 루테인을 챙기는 것도 좋지만, 흡연하고 있다면 금연이 훨씬 먼저다.

황반을 보호하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생활습관

이미 손상된 시세포를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쉽지 않다. 습성 황반변성이 발생했다면 안구 안에 항-VEGF 약물을 주사해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을 억제하는 치료가 사용된다. 결국 중요한 건 황반이 망가지기 전에 관리하는 것이다.

1. 강한 자외선 차단

강한 자외선은 망막 세포에 산화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햇볕이 강한 날 장시간 야외활동을 한다면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선글라스나 챙이 넓은 모자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2. 녹황색 채소와 등푸른생선 섭취

시금치, 케일, 브로콜리, 깻잎 같은 짙은 녹색 채소에는 루테인과 지아잔틴이 들어 있다. 고등어, 삼치, 연어 등에 들어 있는 오메가-3 지방산 역시 망막 건강과 관련해 많이 연구되고 있는 영양소다. 영양제 하나에 의존하기보다는 이런 음식을 평소 식단에서 꾸준히 먹는 것이 좋다.

3. 혈압 및 혈당 관리

눈에도 아주 많은 미세혈관이 존재한다. 고혈압이나 당뇨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망막의 미세혈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눈 건강은 혈압, 혈당, 식습관 같은 전신 건강 관리와 직결된다.

60대 이후라면 눈이 안 아파도 정기 검진을 받아보자

황반변성에서 가장 아쉬운 경우는 증상이 심해지고 나서 병원을 찾는 것이다. 눈은 통증이 없더라도 안쪽에서 질환이 진행되고 있을 수 있다. 특히 한쪽 눈에 먼저 문제가 생기면 다른 눈이 보완해 주기 때문에 상당 기간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중장년 이후에는 시력검사뿐 아니라 망막까지 확인하는 안저 검사를 주기적으로 받아보는 것이 좋다. 질환에 대한 더 자세한 검사 주기나 의학적 설명은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나이관련 황반변성 정보를 통해서도 직접 확인해볼 수 있다.

평소에도 가끔 한쪽 눈씩 가리고 문틀이나 타일 줄눈 같은 직선을 바라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똑바로 보이던 선이 갑자기 휘어져 보인다면 그때는 세월 탓을 할 게 아니다. 며칠 사이 갑자기 시력이 떨어지거나 시야 가운데가 검게 가려지고 사물이 심하게 휘어져 보이는 변화가 생긴다면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

노안과 황반변성의 핵심 차이 정리

정리해보면 생각보다 단순하다. 노안은 초점을 맞추는 기능의 노화이고, 황반변성은 상을 받아들이는 망막 자체의 질환이다. 그래서 노안은 돋보기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만 황반변성은 그렇지 않다.

  • 직선이 휘어져 보인다.
  • 사람 얼굴 가운데가 뭉개져 보인다.
  • 시야 가운데 일부가 비어 있거나 가려져 보인다.

이런 증상이 있다면 단순히 “나이 먹어서 그렇겠지”라고 넘기지 않아야 한다. 눈은 한 번 크게 손상되고 나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어쩌면 루테인 한 알보다 더 중요한 습관은 가끔 한쪽 눈씩 가리고 내 눈이 제대로 보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 그리고 정기적으로 안과에서 망막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참고자료


김프로의 국장 미국장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댓글 남기기